복지시설 노동조합, 일반노조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12월 1일, 사회복지시설 노조 특징과 복지시설의 민주운영과 관련 열띤 토론의 장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4. 12.02. 22:16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민주노동당과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주최로 12월 1일 국회도서관 지하1층 소회의실에서 ‘사회복지노동조합운동과 장애인의 권리’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김병태 위원의 진행으로 3시간여 동안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제공:장애인문화공간>
행사에 앞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수경 회장은 인사말에서 “장애인복지에 노동문제가 대두되면서 서로 분리되는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동익 사무총장, "민주노총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떠나라" 첫 주제발제자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은 ‘장애인단체내에서 노동운동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 사무총장은 7~80년대 노동운동은 과거 군사독재의 암흑기에 민주화운동의 공로자로 평가되었으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노동운동으로 변했다며 이 과정 속에서 노동운동과 장애인단체간의 대립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전제했다. 최 사무총장은 구체적으로 한시련의 노조와 연관지어 장애인단체내의 노동운동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최 사무총장은 당시 한시련의 노조가 ‘투명한 제정과 공정한 운영’을 요구하며 탄생한 것으로 미루어 어느 정도 한시련 자체적인 문제가 존재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사무총장은 한시련 노조의 민노총과의 연대는 결국 한시련이 민주노총과 투쟁하는 대결구도로 나아가게 하여 장애인단체의 권위추락은 물론 장애인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여 결국 장애인단체와 노조 쌍방이 모두 패하고 상처만 남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단언했다.
특히 최 사무총장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들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했다. 우선 정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애인단체에게 야근근무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궁핍한 한시련을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경영과 운영에 대해 노조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 법에 명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회에 반수를 노조원으로 임명하라는 요구는 ‘운영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결국 장애인단체를 무시하는 차별적인 처사로 더 나아가 장애인을 무시하는 민주노총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최 사무총장은 노조전임자 및 노조사무실/사무집기 설치요구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이며 결론적으로 “민주노총은 더 이상 장애인단체내의 노동활동을 중단하고 단체내의 근로자 스스로의 모임으로 유도하고 오히려 단체와 손잡고 장애인기관내의 투명한 재정과 공정한 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장애인복지의 운영주체는 사실상 예산지원을 하는 정부이기에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해야 할 대상은 정부이지 위탁받아 운영하는 단체들은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사무총장은 한시련의 노사갈등의 문제는 대화로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으로 법적 판결에 결론 맺어질 사태라고 설명했다. 박경석 교장, "장애인복지시설 노조의 시설 민주화 투쟁을 간과하지 말라"
다음 주제 발제자로 나선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의 박경석 교장은 발제에 앞서 “앞선 발제자의 발표를 들으며 많이 갑갑했다. 지난 한시련 노조문제에서 민노총이 빨갱이 취급받으면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것을 보며 과연 누구의 수치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말을 던졌다. 박 교장은 현재 정립시설민주화 농성과 관련하여 “현제 정립사태를 보는 시각은 장애인계와 노동계 모두 다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민주화’의 문제로 정립회관 관장이 정년을 넘기고 이사회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연임을 결정한 것이 원인”이라며 지역 내 장애인 이용시설로 이권이나 비리의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박 교장은 “일부 사측에서는 노조가 관장과의 임금협상이 풀리지 않자 관장연임을 꼬투리 잡아 이용자인 중증장애인을 사주해 농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박 교장은 “한시련 노조에 대해 분석한 최 사무총장은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조정자로 말했으나 이는 다분히 자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가진 자, 권력자로서의 장애인이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라며 그 예가 현재 정립회관 관장이 정립문제의 본질을 임금협상문제로 잘못 규정짓고 있는 것이라 했다.
박 교장은 노조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기본 근로조건의 향상이며 이것이 장애인의 서비스를 가로챈다고 인식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기 위한 구실이며 현재 상층부에 있는 장애인 단체들이 불쌍한 장애인을 팔아 방패막이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박 교장은 노조의 임금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사회복지의 열악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를 극복하고 장애인차별을 철폐하는 진보적인 장애운동을 위해 장애인과 노조가 연대를 강화해야 하며 거시적인 시각으로 노동과 장애인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애인당사자주의와 관련하여 박 교장은 “현재 일부 장애인 상층부에서는 그들의 이익과 기득권보장을 위해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왜곡시키고 있다.” 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개개인의 역량강화와 아래로부터의 장애인 민중의 개혁이 필요하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용시설인 장애인복지시설에 장애인의 시설운영에의 민주적인 참여와 열려진 공간을 통해 복지시설의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심재호 교수, "사회복지노조는 시설의 운영 비리와 관련해 탄생" 이어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노동조합의 가능성’에 대해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심재호 교수가 주제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장애인복지시설의 문제는 일반적인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인 비합리적 운영시스템, 복지 실천과정에서의 노동권의 불인정 등과 일치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심 교수는 사회복지노조의 결성동기와 관련하여 “사회복지노조의 결성은 일반기업의 권리옹호와 다르다.”며 우선적으로 사회복지노조는 시설의 운영 비리와 관련하여 탄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이는 결국 사회복지 노조의 필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며 사회복지 노조의 노동의 특성을 설명했다. 우선 “사회복지노조는 우선 영리활동과 거리가 먼 사회공공성의 측면이 강하다. 이는 복지서비스의 책임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결국 정부의 불충분한 지원을 포함한 복지시설의 열악한 환경개선과 이용자인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목표로 결성되는 것이 사회복지 노조의 대표적 성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순히 시설장과 종사자의 문제로만 드러나고 있어 근본적인 특성을 잘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 노조의 운동영역과 관련하여 심 교수는 ▲ 시설장과의 투쟁구도로 나아가는 것을 지양하고 사회전반적인 노동운동과 연대 ▲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운동 ▲ 복지시설 이용자들을 위한 요구투쟁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심 교수는 “외부에서 장애계를 볼 때 장애계는 내부결속력이 매우 강한데 반해 장애인계 내에서는 대립이 아주 심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장애인계의 대동단결이 약한 편이라 볼 수 있다. 사회복지 노조와 장애인과의 관계도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연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래군 이사, "사회복지 시설의 노조 문제는 특별한 것이 아닌 상식적인 문제"
10분간의 휴식 후 본격적인 토론으로 들어갔다. 첫 토론자로 민주노동당 황형욱 정책연구원은 최동익 사무총장의 발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노조의 시설운영 참여는 직원의 책임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종합사회복지관들에서는 과장 등 직원들이 직접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노동조합 황인창 정책부장은 시회복지시설종사자의 희생의 댓가로 장애인의 인권이 확립될 수 없는 만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심 교수의 발제 중 사회복지시설 노동자가 노동권 확보와 노동의 대상인 복지 대상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개선하는 운동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을 표했다. 이와 더불어 황 정착부장은 “현재 정부가 예산을 단체에 지원하여 이를 운영하는 기관에서 장애인에게 지원하는 하향전달식은 장애인이 복지 수혜자로 전락시키거나 비민주적인 운영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정책부장은 이와 관련하여 “복지 시설의 예산을 장애인 단체에 주는 것을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여 소비 당사자로서 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직접 결정하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노조가 성숙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점검을 제안했다.
이어 에바다복지회 이사이자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의 발표가 있었다. 박 상임활동가는 “국회를 들어섰을 때 공무원 노조 포스터, 경찰 노조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노조 결성이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임을 입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복시시설의 노조문제도 결국 상식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상임활동가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인권침해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비리 과정을 보면 시설장이 사유화하려는 욕심에 기인한다. 이는 가부장적 권위로 직원위에 군림하고 이용자에 폭력성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새로운 구조 창출의 노력으로 노조의 운동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상임활동가는 “장애인 당사자주의와 장애인단체의 당사자주의는 구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장애인단체가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내부에서 장애인 대중들의 민주적 참여구조가 보장되어야 하며 기득권과 특권구조를 깨고 장애인간의 평등한 권리의 실현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상임활동가는 “현재 정립회관의 문제는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시설로 장애인이 직접 운영한다고 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며 장애인당사자주의의 왜곡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분법화 시키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 박 상임활동가는 약자의 권익확보를 위해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며 “최동익 사무총장의 발제 내용 중 한시련이 노조에게 민노당을 탈퇴하라고 한 것은 과연 한시련이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인정하고 있는지 되묻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동익 사무총장은 “사회복지시설의 개혁을 부르짖는데 장애인 단체를 개혁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미연 실장, "운영자 노조 이용자의 민주적인 운영구조시스템 구축되어야"
이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미연 정책기획실장은 “사회복지시설 현장의 민주화는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위해 올바른 장애인당사자주의가 정립된 운영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시설 이용자들의 동등한 의사결정 구조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정책기획실장은 “운영자, 노조, 이용자의 민주적인 운영구조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장애인당사자주의에 대한 실천현장에서의 오해와 대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을 경청했던 한 참석자는 시설의 이사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특별한 대안이 있는지 발표자들에게 질문했다. 이에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에바다 복지관의 예를 들며 “에바다 복지관의 관장은 공개모집을 통해 선출해 현재 2년 계약직으로 하고 있다. 에바다 복지관의 재정과 이사회 운영은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이용자와 운영자, 노조원들 간의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의 경우에는 장애인의 학부모들과 묶여 있어 직접적인 운영개입이 가능하다. 현재 운영위원회에는 관장 1인과 학부모 2~3인, 노조 2~3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박 상임활동가는 에바다 복지관의 노조에 대해 “에바다 복지관은 타 시설에 비해 지원과 복지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이를 감안해 복지관의 노조에게 단계적으로 급여를 향상하기로 약속했으며 이와 관련한 단체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지역 내 주민들을 참여시킬 방침으로 이는 지역 내 주민과 함께하는 에바다 복지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지부 소속의 조현민씨는 정립사태와 관련하여 “현재 노조원과 중증장애인들이 7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관장의 연임이 문제였던 것에 대해 노조가 바라는 것은 구조적으로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시설 운영시스템 이었다. 농성과정에서 이러한 요구를 해왔으나 사용자인 정립회관측은 곰두리봉사회를 동원한 폭력을 행사하고 중증장애인들이 노조의 사주를 받아 농성을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 씨는 “정립회관 이사회인 한국소아마비협회는 구성원이 거의 장애인들이며 이들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했고 그들의 권익옹호운동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농성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은 이사회의 장애인들과 동일시 하지말라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계에서 사회복지노동조합의 노조활동을 장애인복지향상과 차별철폐의 동반자로 볼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또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구체적인 복지시설에서의 갈등현상들을 점검하며 노조활동의 발전적인 운동방향과 복지시설 운영자의 인식의 재정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큼을 알 수 있었다.
정지원 기자 aura@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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