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이권희 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은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입니다.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되었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라는 왜곡된 사회인식 속에서 자기 삶의 주체로 서기 어려웠습니다. 일상적인 차별이 사회전반에서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비해 장애인복지가 발전했다고, 이로 인해 장애인들의 삶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합니다. 장애인복지법 · 장애인차별금지법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을 통한 법적 기반 마련, 장애인활동지원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확대, 장애인 관련 예산 등이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장애인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외형은 나아지고 있을지언정,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구제 및 손해배상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에 있어 ‘징벌적’ 성격은 빠져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서비스 시간 및 단가 문제로 인해 이용자가 자기선택권 및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활동지원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애꿎은 중계기관에만 전가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예산은 증가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총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예산 및 정책수립 과정에, 권리의 주체이며 최종 소비자인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전문가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듯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결정, 사회 · 경제적 유무형의 차별과 인권침해, 무엇보다 우리가 염원했던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로의 진전이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디고 멀리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면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우리 법인은 장애인의 인권 및 권익보호와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법 · 제도 · 정책 등의 개선을 위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2004년에 설립된 장애인 시민사회단체입니다. 그동안 장애인 운동은 법적 기반 마련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과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사회적 · 문화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의 획득, 사회 · 경제적 조건의 확보, 정보 접근권 및 문화 향유권은 물론, 사회전반의 인식개선 및 소통구조의 확장과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장애인 관련 의정활동 · 법률 및 조례 · 예산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실제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니터링이란 단순한 데이터의 수집만이 아니라 통계 처리와 분석을 통해 향후 한국 장애인 운동의 아젠다(Agenda)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와 우리 법인은 첫걸음을 내딛을 때의 그 초심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 참여와 소통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성숙한 변화를 위해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분기별로 발행되는 모니터링 리포트가 우리의 활동을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장애운동에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9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