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치참여를 위한 선거권 보장방안 토론회가 22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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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2주 남짓 남은 가운데, 장애인들이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투표소 접근권 보장, 장애
유형에 맞는 선거공보물 제작, 올바른 거소투표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인 정치참여를 위한 선거권 보장방안 토론회가 22일 늦은 2시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장애인 선거권을 보장하려면 먼저 투표소 접근권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명지대학교 법학과 기현석 교수는 “장애인의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려면 장애인이 투표소에 오기까지 문제와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라며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인의 투표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하는 조치가 교통편의 제공으로 한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기표대가 좁아 투표하기 힘들다거나 2층에 투표소가 있어 올라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는데, 현행
공직선거법이 이러한 문제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공직선거법과 관련 규칙들이 선거 행정을 좌지우지하지만, 장애인 참정권은 대부분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다른 법에 흩어져 있다. 이를 공직선거법으로 통합하거나 별도로 법을 만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남용현 정책연구팀장은 “투표소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선거권 보장이 어렵다. 우리나라
제도들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도, 기계적 부분이 있다”라며 “접근권이 얼마나 보장되었느냐 확인하고자 1층 투표소 비율을 보는데, 단순히 1층이라고
해도 휠체어, 장애인에게 불편한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연구팀장은 “독일에서는 장애인평등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사회 제반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중시하고
있다. 독일 연방선거법 시행령에서는 투표소가 장애인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설치되어야 하고 이를 사전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했다는 투표소가 실제로 투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우리나라 투표소 접근권 개선에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김의수 상임연구원은 “주민투표법 2조에는 주민투표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그러나 투표 시 장애인에게도 편의제공을 명시하는 의무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편의제공 범위도 공직선거법처럼
교통편의 제공에 한정하기보다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당사자가 원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표하는 김의수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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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선거정보를 접하기 어려우므로 장애 유형에 맞는 선거공보물 제작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남용현 정책연구팀장은 “독일은 장애인 정책에 대한 주요 자료를 만들 때 지적장애인도 이해하도록 별도 자료를 만들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시각·청각장애인 정보제공 노력은 그나마 좋은 모습들이 보이는 반면, 지적·자폐성장애인이 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고려한 자료의 발간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김의수 상임연구원은 “공직선거법 65조에 보면 시각장애인 선거공고문 규정이 있는데, 의무가 아니므로 각 후보들이
선거기간 동안 시각장애인 선거공고문을 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라며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책자형 공보물은 비장애인용 공보물의 면수와 같은
면수로 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점자 특성상 같은 내용을 담으려면 지면이 3배 이상 필요한데, 면수가 제한되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면수 제한을 없애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상임연구원은 “지금 나오는 상당수 공보물도 시각장애인에게 익숙한 천공방식(종이에 눌러 새기는 방식)이 아닌
타블로이드(플라스틱 점을 종이에 붙이는 방식)로 제작돼 가독성이 떨어지고 점자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공보문을 만드는 합당한 지침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상임연구원은 “수화·자막방송이 의무가 아니기에 청각장애인이 선거정보를 얻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 토론회와
같은 방송 선거활동에서 청각장애인 수화·자막방송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 법에서는 방송에서 수화·자막방송을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다.”라며 “수화·자막방송을 강제의무로 규정해서 모든 선거방송에서 반드시 수화자막통역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하는 윤삼호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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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 정신병원 등에서 이뤄지는 거소투표가 장애인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정신병원은 수용 인원이 적게는 500명 많게는 2000명까지 있다”라며
“지역에서 2000표면 당락을 결정할 만큼 많은 표인데, 지금 상태에서 거소투표가 이뤄지는 게 문제다. 내부에서 정신장애인 의사결정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정보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선거권이 보장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김락우 대표는 “12개월간 입원했던 적이 있는데 그 동안 병원에 거소투표소가
설치되었는지는 몰라도 실제로 투표했던 적은 없다. 다른 정신장애인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듯하다.”라며 “설령 거소투표가 있더라도 선관위에서
실제로 감시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상태이지 않나 싶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윤삼호 정책위원은 “예전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졌는데, 장애인 투표부정 문제가 발생해 거소투표로 바뀌었다. 즉 생활시설에 기표소를 만들어 투표하는 형식”이라며 “그러나 공직선거법에
보면 기표대 관리 설치 운영 책임을 시설에 위임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도 참관인도 들어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정책위원은 “시설이라는 통제된 공간에서 시설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
75%가 지적·발달장애인이다”라며 “선관위 직원이나 정당 참관인 참여는 임의사항이다. 선관위 인력과 정당 참관인이 부족한 현실상 각 시설까지
가기 어렵기에, 시설에서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 부정선거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윤 정책위원은 “미국의 경우는 거소투표에도 양당 참관인들이 참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선관위 직원과
참관인이 반드시 거소투표를 감시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해 선거권 보장방안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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