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호주, 정부가 장애인에게 ‘직접 예산’ 준 뒤 일어난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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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따웅 |
등록일 | 2017.12.01 20:16 |
[인터뷰] 박정민 코리아코카투 회장 오스트레일리아 ‘국가장애보험’ 기관 의존 않고 스스로 삶 설계·주도 2013년 시범사업뒤 내년 전국 확대 장애 4만명 일자리…GDP 1.3%↑ 기대 노동소득 생겨 연금·복지 의존 줄어 박정민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며 보내온 영국 예술가 수 오스틴(Sue Austin)의 <휠체어 스쿠버 다이빙>. 박정민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며 보내온 영국 예술가 수 오스틴(Sue Austin)의 <휠체어 스쿠버 다이빙>. “질문이 달라져요. ‘넌 꿈이 뭐니’, ‘무얼 하며 살고 싶니’라고 물어요. 그러면 다들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라고 하죠.” 박정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코리아코카투(한인자폐및발달장애부모협회) 회장은 2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오스트레일리아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를 도입한 뒤 경험한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의 질문이 ‘어디가 아프냐’, ‘필요한 게 뭐냐’였다면, 이제는 장애인의 바람과 계획을 묻고 돕는다는 것이다. “저도 그랬어요. 아이가 원하는 걸 묻기보다 못하는 거나 부족한 점을 고치고 치료하려 했어요. 아이도 똑같은 인간이고, 하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말이죠.” 박 회장은 자폐증인 아이가 열살이던 14년 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갔다.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의 말을 들어보면, 변화의 핵심은 ‘개인 예산제’다. 최근 호주에선 기관이나 시설에 주던 장애인 예산을, 장애인 본인에게 직접 준다. 기관이나 시설이 쓰던 비용이 고스란히 개인에게 간다. 집단생활시설에 장애인들을 가둔 한국과 다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지난해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장애 예산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설 예산이 33%로 가장 많았고 이중 생활시설 예산이 65%나 됐다. 자립생활 예산은 19.7%였는데 거의 전부가 활동지원 비용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장애보험 대상자를 선정할 때 장애로 인한 사회참여 제한, 사회적 고립 정도를 기준 삼는다. 장애가 사회활동에 제약을 주는지, 다른 이나 기구의 도움을 받으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진다. 선정되면, 한국의 사회복지사 격인 정부의 ‘플래너’가 개별 장애인을 찾는다. 대상자의 사회적 욕구와 바람을 확인해 1년 단위 지원 계획을 짜고 예산을 책정한다. 그 돈으로 장애인은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한다. 지원이 개별화되면 장애인은 전보다 더 활발히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활동을 한다. 시설이나 기관에만 의존하던 이가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해간다. 직업도 얻는다. 박 회장이 소개한 이들도 그랬다. “22살 청년인 알렉산더는 제빵기술을 배워서 작은 빵집을 차렸어요. 배달이나 세차 업체를 꾸린 이들도 있고, 학습장애가 있던 한 25살 한국계 아가씨는 집에만 있었는데 요즘엔 장애인 단체를 다니며 장애인식에 관한 강의를 해요.” 장애인에게 노동소득이 생기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 연금이나 복지 의존도가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사회의 비용이 준다. 박정민 호주 코리아코카투(한인자폐 및 발달장애부모협회) 회장 박정민 호주 코리아코카투(한인자폐 및 발달장애부모협회) 회장 이런 변화는 2010년 총선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생산성위원회의 개별지원 모델을 공약으로 내건 노동당 집권 뒤 본격 추진됐다. 2013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제도를 기획한 생산성위원회는 전 인구의 2%인 47만5천명이 장애보험제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계했다. 2만5천에서 4만명의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고, 3만4천명에 이르는 가족 등 돌봄인구가 더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애인 생산성이 1% 늘면 관련 비용이 1050억원씩 절약되고 2045년엔 국내총생산을 1.3%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교수의 설명으로는, 영국은 2006년 이후 호주 장애보험제와 비슷한 개인예산제를 시행 중이다. 미국(미네소타주 등 일부 지역)·독일(개인예산제)·스웨덴(개인지원예산제)·네덜란드·프랑스도 이런 ‘자기주도적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한국도 2015년 시행된 발달장애인법에서 ‘개별지원계획 수립’ 규정을 뒀지만,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장애보험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 부담금’(조세 대상 수입의 1.5%)을 지난해 2%로 증액했고 올해 7월 다시 2.5%로 올렸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에, 장애보험이 사회적 안전망 구실을 할 것이란 국민적 인식이 기반이다.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1만명인데, 이중 절반인 127만명이 지체장애인이다. 대부분의 지체장애인은 사고나 산업재해, 질환으로 장애인이 된다. 박 회장은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꿈을 이루고 싶어하고, 노력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그 꿈 가까이 가며 행복을 추구한다. 같은 방식으로 장애인에게도 기회가 열려야 한다는 게 호주 국가장애보험제도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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